한아영 (25세) : 졸작만 끝나면 어디로든 떠나버릴 거라고 결심했지만, 작품에 돈을 쏟아부은 바람에 아쉬운 대로 기차 여행으로 만족하기로 했다. 여행의 동행인은 4년 된 남자친구 재윤. 신입생 때 미팅에서 만나, 군대까지 기다리고, 남미 여행을 가겠다는 것까지 모두 기다려 장수 커플의 반열에 올랐다. 하지만 요즘 아영의 마음은 심란하다. 기분 탓인지 재윤과의 대화가 자꾸만 겉돈다. 본인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냈는데, 재윤의 머릿속은 꽃밭인 것 같다. 이 여행, 무사히 끝날 수 있을까? 정재윤 (25세) : 재윤은 요즘 학교생활이 최고로 재밌다. 서핑 동아리에 들어가 한달에 한번 양평을 가고, 전역 후 과 학생회장직을 맡아 뒤늦게 ‘인싸’처럼 과 생활을 하는 중이다. 하지만 요즘 아영의 옆에 있을 때마다 아영의 불안함이 제게 옮겨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. 여행 가서 좋은 풍경을 보고, 맛있는 걸 먹으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? 그런 기대로 내일로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지만, 자꾸 일이 꼬인다. 휴